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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뉴스] [이데일리]목멱칼럼,블록버스터와문화산업생태계
관리자 2014.06.11 1746
[이동기 한국중견기업학회장·서울대 교수] 세계를 강타한 ‘겨울왕국’에 이어 캡틴 아메리카, 말레피센트까지 연이은 흥행 홈런을 치고 있는 디즈니를 지켜보노라니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애니타 엘버스 교수가 펴낸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혼은 미키마우스 하우스에 다시 한 번 마법을 불러올까?” 최근 국내에서도 발간돼 주목 받고 있는 신간 <블록버스터 법칙>에서 지난 2012년 당시 주춤거리던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지휘봉을 ‘영화계의 마이다스 손’으로 유명했던 앨런 혼 회장에게 맡긴 결정이 과연 어떤 식으로 판명될 지는 저자가 궁금해 하는 대목이다. 디즈니는 지난해 ‘아이언맨3’, ‘토르’ 등 대작을 성공으로 이끈데다 ‘겨울왕국’ 열풍까지 일으켰으니 그의 마법은 이미 증명된 셈이다.



진짜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꾸준히 부려온 ‘마법’을 들춰보면 일관되게 추구해온 하나의 전략이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연간 25편의 개봉 예정작이 있다면 ‘될 성 싶은’ 4~5편에만 초대형 예산을 집중적으로 쏟아 붓는 이른바 ‘블록버스터 전략’이다. 언뜻 ‘한 방’을 노리는 도박처럼 들리지만 엄청난 위험 부담을 안고 제작하는 블록버스터들이야말로 실제로는 가장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화수분이다. 역설적으로 ‘가장 안전한 투자처’라고 엘버스 교수는 강조했다. 사람들은 의외의 대박이 나는 저예산 영화에 주목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어쩌다’ 일어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실례로 혼이 디즈니 이전에 12년 간 몸담으며 저돌적으로 블록버스터 전략을 펼쳤던 워너브라더스는 그의 재임 기간에 11년 연속 연간 1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던 유일무이한 스튜디오였다. 정반대의 사례도 있다. 2000년대 중반 미국의 대형 미디어 그룹인 NBC 유니버설은 신임 사장을 맞아 저예산 프로그램을 많이 만드는 ‘수익률 중시’ 전략을 구사하다 큰 낭패를 봤다. 결국 이를 전면 철회하고 ‘판돈’을 대폭 올린 다음에야 음악경연 프로그램인 ‘더 보이스’와 같은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물론 블록버스터를 매번 성공시킬 수는 없고, 실패할 경우 비용을 회수할 길이 없기에 정말이지 ‘참담한’ 손해를 본다. 게다가 운명의 희비는 대개 개봉 첫 주에 갈린다. 대형 영화사라고 해도, 심지어 영화관 지분을 보유했다 해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좌석점유율이 충족되지 않으면 곧 스크린을 빼앗기는 게 국내외를 막론한 냉정한 현실이다. 이는 바로 영화산업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투자를 위한 안전망을 필요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할리우드처럼 자금력이 탄탄한 곳도 예외가 아니다. 영화산업을 먹여 살리는 블록버스터의 성공을 둘러싼 무한경쟁 시대에서는 안정적인 배급망과 상영관 확보는 ‘기본 인프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배급·상영의 분리를 위해 메이저 스튜디오의 극장 소유를 금했던 1948년의 파라마운트 판결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일본, 인도, 중국처럼 이제는 미국 스튜디오들도 극장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제작, 배급과 상영의 수직통합이 막힌 독일과 러시아는 잠재력에 비해 영화산업을 제대로 꽃피우지 못했다.



‘K필름’의 콘텐츠 제작 역량은 높아가고 있지만 세계무대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고, 영화시장은 갈수록 더 치열한 자본과 규모의 전쟁터가 돼가고 있다. “블록버스터는 대중문화에 더 가까워지고, 더 번창할 것”라는 엘버스 교수의 단언이 뇌리에 남는다.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C61&newsid=01590806606120736&DCD=A00306&OutLnkCh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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