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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뉴스] [매일경제] 중견기업, 백년대계의 기반
관리자 2013.02.28 1704
[동학림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화살 한 촉은 부러지기 쉽다. 그러나 여러 촉이 모이면 결코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고전에 나오는 격언이다. 하지만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 경제에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현재 코스피시장에는 784개 기업이 상장돼 있다. 그러나 시가총액 221조원인 삼성전자와 46조원인 현대자동차가 전체 중 23%, 약 4분의 1에 달한다. 화살 몇 촉이 경제를 이끌어가는 구조다. 이는 괜한 염려가 아니다. 소니와 노키아 등 10년 전에 세계를 주름잡았던 글로벌 기업이 지금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전락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어려움에 처한다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까?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없는 것일까? 그 해답은 중견기업 육성에 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중견기업은 140여 개에 달한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중견기업 역시 중간이 허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절반에 해당하는 약 700개 기업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 미만으로 중소기업과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매출이 5000억원 이상인 대형 기업도 203개나 된다. 중간지대가 취약한 것이다. 성장률 측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1000억원 미만인 기업과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각각 14.38%, 15.5%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나머지 기업들은 4.3% 성장에 그쳤다.



문제는 바로 이 점이다. 중견기업 범주가 넓다 보니 규모나 성장 속도가 천차만별이다. 이들 중견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정책 수요 또한 상이할 수밖에 없다. 동일한 처방으로는 전체 중견기업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이라면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었으므로 글로벌 진출과 세계 수준의 독자기술 개발 지원이 필요하다. 성장이 더딘 중간 규모 기업이라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면 규모가 작은 기업, 특히 관계 기업으로 중견기업에 편입된 기업들은 중소기업에 준하는 경과적 조치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다. 정말 그럴까? 독일의 히든챔피언 기업을 살펴보면 두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해가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고 국외 생산과 아웃소싱을 적극 활용한다. 양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다. 다른 부류로는 글로벌 전문기업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상장을 하지 않고 자체 기술을 폐쇄적으로 이어간다. 이들은 중견기업으로 남아 있으면서 틈새시장에 전문화된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 히든챔피언 중 상장기업은 10%에 불과하고 절반 이상이 가족기업 형태로 운영된다.



기업은 고유 기술과 제품 특성을 감안해 스스로 갈 길을 결정한다. 각자 처한 환경이 다르다 보니 각 유형에 따라 성장경로도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획일적 방안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성장전략만큼 중요한 것은 대기업 역할이다. 기업 생태계상 중견기업은 대기업의 협력기업인 곳이 많다. 이런 전속 거래는 판로 제한으로 기술 개발도 어렵고 `규모의 경제` 구축도 불가능하며 경쟁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은 협력기업들이 수출할 수 있도록 판로를 개방해야 중견기업들이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화를 이룩할 수 있다.



중견기업은 국가경제를 받치는 기둥이다. 여러 기둥이 촘촘하게 들어설 때 비로소 국가경제도 튼튼해진다. 중견기업 육성은 흔들림 없는 경제를 구축하는 백년대계(百年大計)다. 이제 막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서 우리나라 중견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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