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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뉴스] [한국경제]"동반위어떤결정내릴지몰라땅사놓고도투자못해"
관리자 2013.10.31 1726
"동반위 어떤 결정 내릴지 몰라 땅 사놓고도 투자 못해"



대기업 규제로 역효과 속출



(1) 中企 1위만 웃었다 - 장수 막걸리·무궁화 비누·대호산업 재생타이어 독식

(2) 중소업체 되레 도산 - 두부·레미콘업체 모두 힘들어 … 일부는 매각설 돌아

(3) 시장만 줄었다 - 대기업 진입 막힌 막걸리 시장 고성장세 멈춰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보광그룹 계열의 BGF리테일은 2011년 초 경기 안성시에 6600㎡(약 2000평) 규모의 공장 부지를 매입했다. 삼각김밥 도시락 등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즉석식품 제조공장을 짓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땅은 3년째 나대지로 방치돼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2011년 말 도시락제조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결정 이전에 땅을 매입한 것이기 때문에 ‘이미 건설 중인 공장은 규제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있었다. 공장을 지어도 좋다는 동반위 측의 유권해석도 받았다. 하지만 보광은 끝내 사업을 보류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어떤 새로운 규제가 나올지 몰라 불안했다”며 “해당 부지는 용도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투자 결정, 동반위에 물어봐야



동반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한 지 2년여의 기간이 지났다. 그동안 동반위가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한 업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합해 총 100개 품목이다. 해당 업종의 대기업들은 동반위 결정에 따라 이미 진출한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었다. BGF리테일처럼 신규 투자를 할 때는 동반위의 미래 규제방향까지 사전 문의를 해야 했다. 인수합병(M&A)을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타이어 사업을 하던 국내 한 대기업이 기계주물 제조업체 봉신을 인수하려다 포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격 조건 등이 맞지 않은 요인도 있었지만 주물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신규 진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동반위가 자문을 구해와 (조합이) 반대했고 결국 인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2년여 동안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통해 대기업의 사업 확장을 제한하겠다는 동반위의 목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셈이다.



◆장수 막걸리 2년간 4배 성장



그렇다면 본질적 목표인 중소기업의 성장은 얼마나 이뤄졌을까.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품목별로 엇갈리고 있다. 우선 중소기업 가운데 1위 업체들은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걸리 업계 1위 서울탁주제조협회의 자회사인 서울장수주식회사는 2010년 89억원에서 지난해 343억원으로 매출이 4배가량 뛰었다. 서울탁주 관계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동화설비 및 연구개발에 집중투자를 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이후 신제품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의 세탁비누 1위 업체인 무궁화도 2010년 443억원에서 지난해 536억원으로 매출이 늘었다. 세탁비누를 제조하던 LG생활건강이 사업을 철수한 틈새를 잘 파고들었다는 평이다. 재생타이어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대호산업 역시 지난해 매출은 2010년보다 200억원 정도 많은 68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하위 업체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사실상 1위 업체의 독식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탁비누를 만드는 동서C&C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 빠지면서 대부분 이익이 무궁화로 갔다”며 “대형유통업체들이 지명도가 높은 무궁화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정렬 대한타이어공업협동조합 전무도 “대기업의 재생타이어 사업이 줄어드는 공간을 상위업체들이 거의 차지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시장은 쪼그라들어



또 하나의 문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일부 업종의 시장규모 자체가 작아지고 있는 점이다. 2011년 9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된 막걸리의 경우 그해 출하량이 44만㎘였지만,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6.8% 줄어든 41만㎘를 기록했다. 동반위 관계자는 “막걸리 판매 감소는 급속한 성장에 따른 일시적 조정과 전반적인 경기 위축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견업체인 국순당의 얘기는 다르다. 이 회사의 배중호 사장은 “대기업의 막걸리 진입 규제를 풀지 않으면 시장 자체를 키울 수가 없다”며 “강력한 마케팅과 혁신적 제품이 나오지 않는 시장은 절대 스스로 성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2011년 11월 지정된 두부도 마찬가지다. 두부시장은 2011년 전년 대비 14%가량 성장했지만 지난해에는 3787억원 규모로 성장세(4.4%)가 둔화됐다.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9월까지 두부시장 매출은 2745억원 규모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2%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몇몇 중소 두부업체들이 최근 도산했다”며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대기업의 신규 진입이 막힌 레미콘은 최근 건설업황이 나빠져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레미콘 사업부 매각설이 나오고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아니더라도 신규로 진입할 상황은 아니다”며 “때문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이후에도 딱히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봤다고 할 만한 근거 자료는 없다”고 설명했다.



조미현/안재광/최만수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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