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이라는 말이 있다. 일반적인 뜻은 `인생 100세 시대에 99세까지 88하게 살자`는 것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체 수의 99%가 중소기업이며 고용인원의 88%가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그만큼 중소기업의 고용효과가 크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박근혜정부는 핵심 국정지침으로 `고용률 70%`를 제시하고, 현재 64% 수준에 머물고 있는 고용률을 2017년까지 70%로 끌어올리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기존의 고용창출 시스템인 남성ㆍ장시간 근로ㆍ제조업ㆍ대기업의 중심 축을 여성ㆍ유연근로ㆍ서비스업ㆍ중소기업으로 이동시키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중소기업의 고용 기여도를 정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고용 기여도 극대화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제도는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기업의 규모가 커져 중견기업이 되면 세액공제 및 감면, 정책자금, 판로 확보 등 다방면에서 160여 종의 혜택이 사라지고 30여 개의 새로운 세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기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고 회사를 쪼개어 중소기업에 안주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201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중소ㆍ중견기업 지원과 관련해 기업 규모별로 투자세액공제율을 차등 적용(중소기업 5%, 중견기업 4%, 대기업 3%)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 요건을 완화(지분율:3%→5%, 정상거래비율:30%→50%)하며,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을 확대(매출액:2000억원→3000억원)하는 조치가 포함되어 있다.
현재에 비해 진일보한 방안이라고 생각하지만,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보다 획기적이고 과감한 중소ㆍ중견기업 세제 지원책이 필요하다. 중소ㆍ중견기업 지원의 핵심은 중소기업의 창업, 성장, 승계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가능한 한 걸림돌이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첫째, 중견기업이 되면 중소기업 때 향유한 모든 혜택이 없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 중소ㆍ중견ㆍ대기업별로 투자세액공제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도입한 것처럼, 현행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세제 지원을 중견기업이 되더라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중간 정도의 수준으로 계속 적용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지난해 대기업의 편법적 부의 증식 및 대물림 방지를 위해 도입한 것인데, 올해 첫 과세 대상을 파악한 결과 중소ㆍ중견기업이 과세 대상의 99%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의 도입 목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정부는 중소ㆍ중견기업을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과감하게 제외해 중소ㆍ중견기업이 기업 본연의 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셋째, 가업상속공제는 중견기업계가 그 적용 대상, 공제율, 한도를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했으나, 세법개정안은 그중 적용 대상만 현행 2000억원을 3000억원으로 조정했다. 상속증여세는 세수 비중이 국세 중 2%로 세수 기여도가 높은 세목이 아니며, 가업상속이 되어 기업을 계속 유지하면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 등 세수가 계속 발생해 고용 및 미래 세수 확보에 도움이 된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는 중소ㆍ중견기업의 가업상속에 대해서는 100%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는 독일식 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김용민 인천재능대 교수·前 조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