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명재 씨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재직하던 외국계 회사가 한국에서 철수하자 1992년 충북 청원군에서 명정보기술을 창업했다. 당시에는 생소하던 데이터 복구 시장에 뛰어들어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차세대 저장장치를 개발해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69억원. 직원은 245명에 이르고 이 중 고졸 사원이 68명이다.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의 경우 현장실습을 거쳐 올해만 1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 회사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인 동시에 대한민국 신성장동력 우수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명재 대표는 "회사 성장만큼이나 학력ㆍ남녀 차별이 없는 일자리 만들기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발표한 `중소기업 위상 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중소기업은 306만개로 대기업(2900개)보다 월등히 많아서 전체 사업체의 99.9%를 차지한다.
또한 중소기업 종사자는 1999년 828만3000명에서 2009년 1175만1000명으로 10년 새 약 347만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종사자는 214만2000명에서 164만7000명으로 49만명가량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지금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혁혁한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0~40년간 고속 경제성장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무 환경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 일자리를 기피하는 젊은이들만 탓할 일이 아닌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5명 이상 300명 미만 종사자를 거느린 중소기업의 평균 월급은 251만1000원이다. 이는 300명 이상 대기업 종사자가 440만8000원의 월급여를 받은 것의 57%에 불과하다. 양측 모두 한 달 근로시간은 174~176시간으로 비슷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에는 늘 일손이 부족하다. 중소기업 종사자의 이직률도 대기업보다 두 배가량 높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전국 9725개 기업을 방문 조사한 결과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사업장은 전체의 42.6%인 4114개사에 달했다. 또 중소기업의 이직률은 대기업의 두 배 수준이다.
충북 오창에 위치한 명정보기술 클린룸에서 연구진이 LCD기판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명정보기술>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을 고용한 기업에 2년 정도 통상 급여의 절반에 대해 고용세액공제를 해주는 등 획기적인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마련하면 외주나 편법 고용을 막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어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으로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작업 환경"이라며 "지방 중소기업 임직원을 위한 기숙사나 편의시설을 만드는 것을 기업에만 맡기지 말고 복지 차원에서 정부가 보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한 것은 창업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창업 실패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우선 과제로 꼽는다.
예를 들어 스웨덴에선 벤처기업이 자금 부족을 겪고 있을 때 직접적인 자금 지원보다는 주식 매입을 통한 간접 지원을 활성화한다. 이런 부분은 본받을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인수ㆍ합병(M&A) 시장을 신설하자는 제안도 있다. 원활한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끼리 합종연횡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경쟁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다.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양극화를 줄이려면 퇴출될 기업은 퇴출시키고 살아남을 만한 기업은 육성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인들이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고 스스로 부실을 정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교 수업 과목에 창업교육과정을 신설하고, 경험 있는 교수들의 창업을 촉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기석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경영대학원은 1년 과정으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며 "학교, 기업, 법률전문가, 벤처캐피털 등을 활용해 창업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획취재팀=이진우 차장 / 이지용 기자 / 강계만 기자 / 이상덕 기자 / 최승진 기자 / 고승연 기자 / 정석우 기자 / 정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