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은 믿음이다. 내수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도움으로 해외진출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을 믿고 따르며 실력을 쌓고, 대기업은 실력이 충분히 쌓인 중소기업을 믿고 추천하는 형식이다.
통신장비업체인 ‘CS’가 해외에 진출하는 데는 SK텔레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CS는 가정용 소형 중계기를 SK텔레콤에 납품해 왔는데 2008년 일본 소프트뱅크가 거래처를 찾고 있을 때 SK텔레콤에서 CS의 제품을 적극 추천했다. 국내 중계기 시장이 포화상태였던 때라 해외 진출이 CS에는 중요한 도약의 계기가 됐다.
‘삼송’은 1979년부터 현대자동차에 안전벨트를 납품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는 미국 등지로 수출되는 차의 벨트는 해외 업체 것을 사용했다. 국내 업체 수준이 해외 업체에 못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송은 현대차가 요구하는 품질 수준에 맞추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폴크스바겐, GM, 아우디 등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들과 수출 상담을 하고 있다. 삼송과 오랜 거래 관계를 맺은 현대차는 1년 이상 테스트를 거쳐 ‘에쿠스’ 등에 삼송의 안전벨트를 적용했다. 여기서 나온 데이터가 해외 자동차업체에 안전성을 입증하는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김지태 삼송 상무는 “현대차는 부품 국산화에 대한 열의를 가지고 협력업체에 대한 기술교육 시스템 등을 갖췄고, 협력업체들이 이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 KT의 ‘코치’ 받은 리보텍, 품질점수 6배 뛰었다 ▼
○ 대기업 온기가 1차 협력사서 2, 3차로
KT는 벤더 코칭(Vendor Coaching) 제도를 통해 1차 협력사에 대한 동반성장 정책이 2차 협력사로 이어지도록 제도화했다. KT가 1차 협력사에 업무 프로세스 등의 노하우를 알려주면,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와 그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 KT로부터 품질 관리 노하우를 전수받았던 ‘MTI’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KT의 2차 협력사인 ‘리보텍’에 벤더 코칭을 실시했다. 정리되지 않은 작업장에서 생산하다 보니 불량률이 적지 않았던 리보텍은 벤더 코칭 실시 전 품질관리 점수가 15점(100점 만점)이었지만 올해 6월 90점으로 껑충 뛰었다. 김창희 리보텍 이사는 “전에는 자재 관리가 제대로 안 돼 부품이 있는 줄 모르고 또 사는 경우가 있었다”며 “우리는 비용절약 등의 효과를 거뒀고, KT로서도 공급받는 부품의 질이 좋아지니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납품단가 현실화
동반성장은 오너의 의지다.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 현실화 문제는 풀기 어려운 숙제다. 하지만 대기업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어렵지 않게 문제가 풀리기도 한다. 한화의 협력업체인 제일정밀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관심으로 납품 단가 등 풀기 어려운 자금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해 8월 김 회장은 인천 남동공단의 제일정밀을 찾아 환차손으로 손해를 본 제일정밀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한화는 환차손으로 인한 손해를 지원하기 위해 6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주면서 거래관계를 면밀히 분석한 뒤 구매파트에서 구리가격 상승을 반영해 납품단가를 15% 올려줬다. 오너의 의지가 동반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주현 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연구실장은 “대기업들이 낮은 원가로만 경쟁해 세계시장에서 정상에 오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소기업을 원가절감의 대상으로 여기던 데서 발전해 중소기업의 혁신과 기술개발 역량 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장기적인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갖고 동반자로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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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김상운 한상준 장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