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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뉴스] [매일경제] 美,첫인증 까다롭게…추가기능은 빠르게
관리자 2013.07.03 1461



◆ 인증 덫에 걸린 中企 (下) ◆



태양광 셀 모듈을 생산하는 A사는 2012년 미국 수출을 추진하며 `신속한` 인증 절차 덕을 톡톡히 봤다. 태양광 셀 모듈 수출은 턴키(일괄수주) 방식으로 하기 때문에 생산라인 일체를 현지에 설립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따라서 제품 성능과 안전성 검증을 위해 생산라인별로 까다로운 시험ㆍ인증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



그러나 미국 내 인증 기준인 UL(Underwriters Laboratories) 인증 `패스트트랙`은 A사의 고민을 덜어줬다. 미국 내 비영리기관인 UL이 제조품 안전 기준으로 개발한 이 인증은 미국에 수출하거나 연방조달 시장에 참여하려는 기업에는 필수 절차다. UL 인증은 빠른 인증을 요구하는 기업들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신속심사 절차를 두고 있다. 바로 `마스터(Master) & 패스트트랙(Fast Track)`이다.



A사는 최초 설립한 라인에 대해 `마스터` 인증 심사를 받았다. 생산설비 건설 진행 과정부터 생산제품까지 꼼꼼하게 6개월여에 걸쳐 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일단 마스터 인증만 받으면 그다음부터는 패스트트랙 혜택을 볼 수 있다. 같은 설계가 적용된 다른 생산라인을 미국 내 다른 곳에 세울 때는 기존 설비와 다른 부분에 대해서만 1개월 정도 심사를 받으면 된다.이 덕분에 A사는 지난해 초 미국 태양광 업체에 500만달러어치를 수출할 수 있었고, 미국 내 다른 주에서의 수요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반면 소형가전 전문기업 B사를 경영하는 김 모 대표는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받아야 하는 한국공업규격(KS) 등 각종 인증을 보면서 속이 타들어간다. 아예 다른 제품이 아니라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량한 제품인데도 항상 인증은 `원점`에서부터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인증 절차인 시험성적서를 받기까지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김 대표는 "개량된 부분만 평가하면 인증에 걸리는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증 분야에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증은 안전과 수출을 위해 필요한 절차다. 그러나 중복ㆍ지연 인증에 `과다한 비용`으로 중소기업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대안으로 미국식 패스트트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인증 패스트트랙은 제품 개발 단계나 처음 신제품 개발 때 까다로운 심사를 한 뒤 인증 절차나 사후관리는 대폭 간소화하는 게 핵심이다. 2000년 초반 신약에 목마른 난치병 환자를 위해 생산 단계별 정밀검사를 한 뒤 생산 후 인증까지 시간을 줄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대표적 예다.



그러나 국내에선 아직 먼 이야기다. 신기술 인증이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관련 인증 등 일부 제도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패스트트랙이 도입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인증에 필요한 시간ㆍ비용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제품 인증에 걸리는 평균 시간만 56일, 비용은 168만원이다.



김문겸 중소기업옴부즈만은 "인증 준비나 인증 후 제품 시판에 걸리는 기간까지 고려하면 1년이 넘는 사례도 많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더 나아가 늦은 인증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인증 기준 자체를 빨리 만들지 못하는 것이란 지적도 많다.

신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정작 인증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기준 개발로 시간을 잡아먹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신형 LED 제품을 만든 C사 대표는 "공산품 품질 기준인 KC 인증 기준이 제때 마련되지 않아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고 하소연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도 "창조적 제품을 개발해도 유사 제품이나 관련 인증이 없다는 이유로 인허가에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건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기업 인증 전문컨설턴트인 홍현권 제타플랜 대표는 "선진국처럼 우리도 기업이 인증을 보다 빨리 받아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패스트트랙을 정부가 연구해 기업 목소리를 담은 인증으로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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